아무도 출판하려 하지 않았던 동화책을 쓴 무직의 싱글 맘이 어쩌다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의 작가가 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신화에 가깝다. 하지만 마치 마법처럼 보이는 J.K.롤링의 '빈털터리에서 갑부까지'의 여정, 혹은 '고군분투하던 작가 지망생에서 누구나 다 아는 해리 포터의 창작자까지'의 여정은 사실 고집과 중노동의 과정으로 요약된다. 영감이 될 만한 온갖 장소들을 뒤로하고, 롤링이 처음으로 이 마법사 소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곳이 다름 아닌 열차 안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그 열차는 칙칙폭폭 달리는 호그와트 익스프레스와는 다르게 꽤나 평범했다.

1990년 롤링은 런던에서 임시 사무직이나 비서직 같은 다양한 일을 닥치는 대로 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출판사 일도 있었는데, 원고를 보내온 작가들에게 거절 편지를 보내는 업무였다. 롤링은 틈나는 대로 심혈을 기울여 성인용 소설을 두어 편 썼다(업무 중 휴식 시간도 항상 글을 쓰는 데 할애했다).

당시 롤링의 남자친구는 영국 북서부의 맨체스터에 살고 있었고, 런던에 사는 롤링은 그를 만나기 위해 주말마다 유스턴 역에서 열차를 타야 했다. 이 방식은 둘 다에게 좋지 않았기에, 남자친구는 맨체스터에 일자리를 찾아서 자신과 함께 살자고 롤링을 설득했다. 마침내 그녀도 동의했고 맨체스터 상공회의소와 맨체스터 대학교에 일자리를 찾았다. 물론 이번 일자리도 성취감과는 거리가 먼 비서직이지만 말이다. 그에 앞서 커플은 함께 살 집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멀끔하게 차려입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소개하는 집 중에는 괜찮은 것이 없었고, 실망스러운 주말을 보내며 지치고 진절머리가 난 롤링은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에서 런던으로 돌아가는 열차에 올랐다. 런던에는 클래펌 정션의 운동용품 가게 위층의 방 한 칸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또 다른 월요일 아침이 시작될 것이었으며, 도시의 어느 사무실에서 또 다른 하루를 보내야 할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여느 때라면 두 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열차가 심각하게 지연되어 유스턴 역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네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운행 지연이 그녀에게는 뜻밖의 행운이 되었다. 꼼짝 않고 선 객차 안에서 롤링은 차창 너머로 목초지의 소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초록 눈동자와 금이 간 둥근 안경을 쓴 왜소한 소년 해리 포터의 이미지가 불현듯, 하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순식간에 그녀는 해리 포터가 마법사들을 위한 기숙학교로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상상했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물밀듯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아이디어를 적어놓기 위해 가방 속을 샅샅이 뒤지며 펜을 찾았지만 가방 속에는 쓸 만한 도구가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는 아이라이너 펜슬조차 찾을 수 없었다. 롤링은 훗날 "너무 부끄러워서 열차 안의 누군가에게 연필을 빌려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펜이 없는 상황은 뜻밖에도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 덕에 남은 시간 동안 책에 들어갈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기 때문이다. 열차가 철커덩 움직였고 체셔와 스태포드셔, 노샘프턴셔, 버킹엄셔와 하트퍼드셔를 차례로 들리는 여정을 시작하면서 론 위즐리와 해그리드, 피브스와 친구들, 그리고 호그와트 마법학교 또한 꿈틀거리며 생명을 얻었다.

롤링은 이 모든 것을 결국 클래펌에 돌아오고 나서야 종이 위에 옮길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아파트에서 "호그와트의 첫 번째 벽돌을 올렸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나고 나서야 완성되었고, 책이 출판되어 서점에 진열되기까지는 또 다른 2년이 더 흘러야 했다. 그 시간 내내 롤링은 계속 글을 썼다. 그녀는 굳은 결심으로 첫 번째 책의 원고를 완성했을 뿐 아니라 일단 책이 성공한 뒤에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전체 줄거리를 끝마치는 것에 전념했다. 큰 성공을 거둔 작가들은 후속작에 대한 어마어마한 압박에 짓눌린 나머지,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쉽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몹시 소중하게 지켜진 또 다른 요소로는 호그와트 익스프레스가 출발하는 그 유명한 킹스크로스 역의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이 있다. 그 배경 역시 맨체스터로 가는 롤링의 열차 여행 당시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2001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롤링은 킹스크로스 역을 유스턴 역과 착각했다고 실토했다.

"저는 맨체스터에 살았을 때 9와 4분의 3번 승강장에 대해 썼어요. 그런데 그만 잘못된 승강장을 떠올렸답니다. 사실 유스턴 역을 생각하며 썼기 때문에, 누구든 킹스크로스 역의 9번 승강장과 10번 승강장에 가보면 책에서 설명하는 9번과 10번 승강장과는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거예요. 그러니 고백해야겠어요. 저는 맨체스터에 머무르고 있었고, 그래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고요."

※ 이 글은 트래비스 엘버러 저 『작가의 여정』(Pensel)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신문 게재 형식에 맞게 편집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도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